최근 교육부가 이른바 ‘미인가 국제학교’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면서 관련 교육기관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집중 신고와 현장점검이 진행됐고, 지난 4월에는 위반사항 고지와 후속점검, 고발, 수사의뢰 등을 포함한 조치계획도 발표됐다.
그런데 국제학교란 정확히 무엇이고, 그중 일부가 왜 법적 문제에 직면한 것일까.
흔히 국제학교라고 하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미국 등 외국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교를 떠올린다. 그러나 ‘국제학교’라는 명칭만으로 국내법상 학교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법령에 따라 정식으로 인가를 받은 외국인학교나 외국교육기관이 있는 반면, 외국 교육과정을 제공하지만 국내 학교설립 인가를 받지 않은 교육시설도 있다. 후자가 흔히 말하는 ‘미인가 국제학교’에 해당한다.
이러한 교육기관들은 그동안 해외 교육과정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하나의 교육 선택지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국내법상 학교설립 인가와 실제 운영 형태 사이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일부 시설은 운영방식의 변경이나 중단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학생 보호와 교육의 질을 위해 일정한 설립, 운영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형성된 교육 수요와 학생들의 학업, 교육기관의 운영 현실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인가 국제학교, 무엇이 법적으로 문제인가
우선 국내에서 외국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교육기관들이 모두 같은 법적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정식 인가를 받은 외국인학교나 외국교육기관은 관련 법령에 따라 설립, 운영되는 학교 또는 교육기관이다. 반면 대안교육기관은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에 따른 등록을 통해 운영할 수 있으며, 일반 학원은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등록하고 교습활동을 한다. 각각 설립 요건과 운영 범위, 학력 인정 여부 등이 다르다. 특히 적법하게 등록된 교육기관이라고 해서 반드시 국내 정규학교의 졸업학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외국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학원이나 교육시설은 모두 학교설립 인가를 받아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를 가르치거나 해외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과목을 교습한다는 사실만으로 무인가 학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실제 운영 형태가 사실상 학교에 해당하는 경우다.
「초·중등교육법」은 사립학교를 설립하려는 경우 관할 교육감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명칭이 학원이나 교육센터이더라도 학생들을 모집해 학년과 학기, 정규 교육과정, 전일제 수업 등 학교와 유사한 체계를 갖추고 운영한다면 학교설립 인가가 필요한 시설로 판단될 수 있다.
법원 역시 시설의 명칭이나 등록 여부만이 아니라 실제 교육과정과 수업시간, 학사운영 방식, 학생들의 학교생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 왔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학원으로 등록하고 해외 교육기관의 인증을 받은 시설이더라도 학년제와 학점제, 전일제 수업 및 다양한 학교 활동 등을 종합할 때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되었다면 초·중등교육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도 무인가 학교 운영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에 관하여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한 2021년 대법원은 다른 미인가 교육시설 사건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국내 고등학교 졸업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확인서를 받았더라도 무인가 학교 운영의 위법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학부모가 해당 교육방식을 이해하고 선택했다는 사정만으로 학교설립 인가에 관한 법적 요건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외국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해당 시설이 국내법상 인가가 필요한 학교의 역할을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있다.
이번 관리, 감독 강화 역시 이러한 법적 기준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오는 11월 20일부터는 시행 이후 내려진 폐쇄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연 2회 범위에서 반복 부과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 법적 기준과 교육 현장의 현실
- 그렇다면 이러한 교육기관들이 등장하고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외국 교육과정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있다.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거나 영어 중심의 교육환경을 원하는 가정, 기존 교육과정과 다른 교육방식을 선호하는 가정도 있다. 국제적인 이동이 활발해지고 교육에 대한 선택이 다양해지면서 이러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확대되어 왔다.
그런데 정식 인가를 받은 외국인학교는 입학자격에 법률상 제한이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학생이 자유롭게 입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 역시 과거 외국인학교 입학을 위한 외국 국적 취득과 관련하여 법적 문제가 제기된 사건을 담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 사건은 정식 인가를 받은 외국인학교의 제한적인 입학자격을 배경으로 발생한 것이었다. 이처럼 외국 교육과정에 대한 수요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경로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간극이 존재해 왔다. 오늘날 미인가 국제학교에 대한 수요 역시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교육 수요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법률상 설립, 운영 요건을 달리 적용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들이 단순히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니라, 기존 제도에서 충분히 충족되지 못한 교육 수요에 대응해 성장해 왔다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 수요를 충족하면서 현행 법률에 맞는 운영 형태를 갖추는 일이 반드시 쉽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정식 학교설립 인가에는 엄격한 요건이 요구된다. 대안교육기관 등록 역시 모든 교육시설에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은 외국 대학 입학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외국어를 주된 교육 언어로 사용하는 시설, 외국어 학습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시설 등을 등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학원으로 등록한 경우에도 그 등록만으로 사실상 학교 형태의 운영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부 교육기관은 기존의 교육모델을 유지하면서 적법한 운영 형태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교육과정이나 수업시간, 학생 모집방식 등을 변경해야 한다면 단순히 등록 절차를 다시 밟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기관의 운영구조 자체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해당 기관의 실제 운영 형태가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는지, 적법한 운영을 위해 어떤 변경이 필요한지, 기존 교육과정을 어느 범위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영 중단의 영향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미친다
교육기관의 운영 형태를 변경하거나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학생들의 학업 연속성이다.
지난해 언론에서는 서울 강남의 한 미인가 국제학교가 폐업한 이후 일부 재학생이 다른 학교로 옮기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는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개별 시설의 폐업 원인이나 상황을 전체 미인가 국제학교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교육기관의 운영 중단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해외 교육과정을 장기간 이수해 온 학생들은 국내 학교로 옮기는 과정에서 학년 배정과 학적, 교육과정의 차이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학생이라면 성적표와 이수학점, 졸업 요건, 입학 일정까지 다시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 교육기관을 옮기는 일이 단순히 수업 장소를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교육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번 조치와 함께 공교육 복귀를 희망하는 학생에게 일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와 대안교육기관 등의 취학 경로를 안내하고, 학생의 수준에 맞는 학년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필요한 조치다. 다만 실제 학생들이 처한 상황은 다양하다. 국내 학력 인정 여부, 기존 교육과정의 이수 정도, 희망하는 진학 경로에 따라 필요한 지원도 달라질 수 있다. 제도상 복귀 경로가 마련되어 있다는 사실과 개별 학생이 학업을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다.
학부모 역시 이미 납부한 수업료의 반환이나 교육서비스 중단에 따른 손해 문제를 마주할 수 있다. 운영기관이 학기 중 교육을 중단하거나 당초 약속한 교육과정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계약 내용과 실제 이행 상황에 따라 환불 및 손해배상 분쟁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입학 당시 기관의 법적 지위와 학력 인정 여부를 어떻게 설명하고 안내했는지도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 운영 형태의 변경과 종료, 그 이후의 법률문제
- 교육기관 운영자의 입장에서도 이번 관리, 감독 강화는 적지 않은 과제를 안겨준다.
현재의 운영 형태가 국내법상 어떤 지위에 해당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하고, 운영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면 교육과정과 학사운영 체계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학생들의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는 방안이나 운영 종료에 따른 후속 조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학교설립 인가와 관련된 행정법적 문제뿐 아니라 여러 계약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힐 수 있다.
예컨대 운영방식의 변경이나 중단으로 예정된 교육과정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면 수업료 반환 범위와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교직원 고용을 조정하거나 종료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요건과 절차, 임금 및 퇴직급여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외국인 교직원이 있다면 체류자격과 근무조건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야 한다.
장기 임대차계약이나 해외 교육기관과의 제휴계약이 남아 있다면 계약 변경 또는 종료에 따른 별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해외 교육기관의 인증이나 제휴관계가 국내 학교설립 인가를 대신하지는 않지만, 해당 계약은 교육과정의 운영이나 학생들의 진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운영방식의 변경이나 종료를 검토할 때는 개별적인 행정처분에 대한 대응만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 교직원, 거래 상대방과의 법률관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 교육기관의 구체적인 운영 형태와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방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동일하게 ‘미인가 국제학교’라는 명칭으로 불리더라도 실제 교육과정과 운영방식, 계약구조가 다르다면 법적 판단과 필요한 조치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단속의 목적은 결국 학생 보호에 있다
미인가 국제학교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는 학생의 안전과 교육의 질,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학교설립 인가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교육기관의 운영에 일정한 법적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미 형성된 교육 수요와 교육 현장의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학생과 학부모가 해당 교육기관을 선택한 배경이 있고, 교육기관 역시 그 수요에 맞춰 교육과정과 운영체계를 구축해 왔다. 이러한 관계를 단기간에 변경하거나 정리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따라서 관리, 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학생들의 학업 연속성을 보호하고 교육기관이 필요한 조치를 질서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기관 역시 현재의 운영 형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변경이나 후속 조치를 충분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법적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발생할 혼란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규제의 목적이 학생 보호에 있다면, 그 집행 과정에서도 학생들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미인가 국제학교 단속은 교육기관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그 운영방식을 점검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법적 기준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학생의 학습권과 교육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신중하고 체계적인 대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