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기업이 외부 업체에 맡기는 업무의 수행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홈페이지와 앱 제작, 고객상담 시스템 구축, 사내 업무 자동화 등 기존의 외주업무에도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기업이 직접 AI 개발을 의뢰하지 않더라도 외주업체의 AI 활용으로 새로운 법률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내부자료와 업무 노하우를 제공해 맞춤형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외주개발계약과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의 자료로 학습한 AI 모델과 개발 결과물에 관한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지, 개발업체가 이를 다른 고객이나 경쟁기업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 학습에 사용한 원본 자료를 삭제한 후에도 그 결과를 계속 이용할 수 있는지 등이 문제된다.

이러한 쟁점은 미국에서 이미 구체적인 계약실무와 소송의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유사한 문제에 관한 공개된 판례나 분쟁 사례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국내 기업에 이러한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논의되는 쟁점과 계약실무는 국내에서도 유사한 분쟁을 예방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다만 실제 권리관계는 국내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 및 계약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1. 기업의 노하우로 개발한 AI, 경쟁회사에도 판매한다면

한 제조기업이 견적과 원가분석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외부 개발업체에 맞춤형 AI 시스템의 개발을 의뢰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기업은 수년간 축적한 제품별 원가자료와 거래처별 가격정보, 견적 산정방식, 내부 업무 매뉴얼 등을 개발업체에 제공한다. 개발업체는 기존 AI 모델에 이러한 자료를 활용해 추가 학습을 진행하거나, 기업 내부자료를 검색해 답변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런데 개발이 완료된 후 개발업체가 같은 시스템을 다른 제조기업, 나아가 발주기업의 경쟁회사에도 판매하려 한다면 어떨까.

발주기업으로서는 상당한 개발비를 지급했을 뿐 아니라 자사의 핵심 영업정보와 노하우까지 제공했으므로 해당 시스템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경쟁회사가 별다른 노력 없이 자신이 축적한 노하우의 혜택을 누리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개발업체의 입장도 단순하지 않다. 개발업체는 이미 보유하고 있던 AI 기술과 자체 개발역량을 활용해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고객마다 처음부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는 없다. 한 기업의 의뢰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기존 기술이나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일반적인 기술적 경험을 다른 고객에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사업 운영에 상당한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발주기업의 정보와 노하우를 보호하면서도 개발업체가 정당하게 보유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있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외주개발에서도 결과물의 저작권이나 이용권을 둘러싼 분쟁은 존재했다. 그러나 AI가 기업의 내부자료를 학습하는 경우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해진다. 원본 자료를 그대로 복제하거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더라도, 그 자료를 활용한 학습 결과가 다른 기업을 위한 시스템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2. 미국에서는 이미 계약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제

미국에서는 AI를 활용한 외주업무가 확대되면서 고객자료의 이용범위와 AI 생성 결과물의 권리, 책임을 계약에서 별도로 정하는 실무가 나타나고 있다.

필자 역시 미국 기업 간 광고, 마케팅 용역계약을 비롯한 다양한 계약을 검토하면서 이러한 AI 관련 쟁점을 직접 다루어 왔다. 실제 계약에서는 단순히 생성형 AI의 사용을 허용할 것인지뿐 아니라, 고객의 기밀자료를 외부 AI 도구에 입력하거나 모델 학습에 이용할 수 있는지, AI 생성물을 납품 결과물에 포함하려면 사전 승인이 필요한지,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누가 부담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고객자료를 AI 도구에 입력하는 것과 AI 모델의 학습에 활용하는 것을 구별해 규정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고객의 자료를 특정 업무에 사용하는 것과 그 자료를 활용해 AI의 성능을 개선하고 향후 다른 업무에도 이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분쟁도 발생하고 있다. 2025년 미국에서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Figma가 이용자의 디자인과 데이터를 AI 제품의 학습에 무단 활용했다는 주장을 둘러싼 소송이 제기됐다. 해당 사건은 맞춤형 AI 개발 결과물의 소유권을 다투는 사건은 아니지만, 서비스 이용자가 제공한 자료를 업체 자체의 AI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분쟁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법원은 중재를 명하고 소송을 정지했을 뿐, 데이터 이용의 위법성 자체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러한 미국의 계약실무는 국내 기업의 외주계약을 검토할 때도 중요한 참고가 된다. 다만 미국 계약의 조항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국내법과 실제 개발 방식, 당사자의 거래관계를 고려해 권리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3. 개발비를 지급했다고 AI가 모두 기업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앞서 살펴본 제조기업과 개발업체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우선 발주기업이 개발비를 지급하고 내부자료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AI 시스템 전체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당연히 갖는 것은 아니다. 개발업체가 기존에 보유한 기술과 새로 개발한 프로그램, 기업자료를 이용한 학습 결과는 법적으로 구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저작권법상 컴퓨터프로그램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외주개발비를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프로그램의 저작권이 발주기업에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권리관계는 실제 개발 과정과 계약 내용 등을 살펴 판단해야 한다. 또한 AI 모델의 학습 결과가 언제나 독립적인 저작물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무엇을 개발했고, 당사자들이 어떤 권리를 이전하거나 사용하도록 합의했는지가 중요하다.

반대로 개발업체가 AI 시스템에 관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발주기업의 영업정보까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제공한 원가자료나 가격정책, 제조공정과 같은 정보가 법률상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면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영업비밀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계약에서 비밀정보로 정하거나 특정 목적 이외의 이용을 금지했다면 그 약정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개발업체가 기업자료를 AI 학습에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이후 해당 모델을 다른 고객에게 제공하는 모든 행위가 곧바로 영업비밀 침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업비밀을 직접 공개하거나 복제하지 않더라도 이를 활용해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행위 등이 영업비밀의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보호 대상인 정보와 실제 이용 방식, 계약상 허용범위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여기서 AI 기술의 특성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기업자료를 이용해 AI 모델 자체를 추가 학습시켰다면 원본 자료를 삭제하더라도 학습 결과가 모델에 남아 있을 수 있다. 반면 기업자료를 별도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검색해 활용하는 시스템이라면 모델 자체가 그 자료를 학습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두 경우에는 정보의 보호와 계약 종료 후 처리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AI의 소유자가 누구인지를 정하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의 정보가 AI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고, 그 결과를 개발업체가 다른 고객에게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지를 구별하는 데 있다.

4. AI 외주계약에서는 소유권뿐 아니라 이용범위를 정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계약을 검토하다 보면 이러한 문제들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경우를 자주 접한다. 기존의 저작권 귀속이나 비밀유지 조항은 마련되어 있지만, 고객자료를 AI 학습에 이용하거나 그 결과를 다른 고객에게 재사용하는 문제까지 명확히 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계약상의 공백은 향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제 계약 검토에서도 AI 활용 방식에 따라 관련 권리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개발 결과물의 저작권을 발주기업에 귀속시키더라도 개발업체가 기존에 보유한 AI 모델이나 기술을 다른 고객에게 활용하는 문제까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개발업체가 모델의 권리를 보유하도록 하면서도 발주기업의 자료를 이용한 추가 학습 결과를 경쟁회사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계약으로 제한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다.

고객자료의 비밀유지 역시 마찬가지다. 외부 공개를 금지하는 것과 AI 학습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또한 원본 자료의 반환이나 삭제를 정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학습에 활용된 정보의 처리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개발업체의 모든 재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개발업체의 기존 기술과 일반적인 개발 노하우까지 제한한다면 개발비용이 높아지거나 계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발주기업이 실제로 보호해야 하는 정보와 독점적 이용이 필요한 결과물을 구별하고, 그에 맞춰 재사용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특히 개발이 완료된 후에는 어떤 기술이 기존부터 개발업체에 속해 있었고, 어떤 부분이 발주기업의 자료를 이용해 만들어졌는지 구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권리관계와 이용범위는 개발 결과물이 완성된 후가 아니라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에서부터 정해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AI 외주개발계약은 단순히 개발 결과물을 넘겨받는 계약을 넘어, 기업이 제공한 정보와 그 정보로부터 얻은 결과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계약이 되고 있다.

5. 맺음말

AI가 기업의 업무에 활용되면서 외주개발의 대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개발업체가 완성한 프로그램이나 결과물을 누가 소유하는지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기업이 제공한 데이터와 노하우가 AI에 어떻게 활용되고 그 결과가 어디까지 재사용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특히 기업이 오랫동안 축적한 정보는 그 자체로 중요한 경쟁력이다. AI 기술을 통해 이러한 정보의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는 만큼, 정보의 보호 역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AI 기술의 사용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제공한 정보와 개발업체가 보유한 기술을 구별하고 그 이용범위를 합리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기업이 자신의 자료로 개발한 AI를 다른 기업도 이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는 결국 개발이 시작되기 전에 당사자들이 어떤 권리와 책임을 정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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